이젠 희미해진 기억속에서 어떤 조각을 찾았을 때 그것에 대한 정확한 기억을 요구하고 싶어지지만 내가 꺼내볼 수있는 것은 그날이 언제즈음이고 어떤 이유에서 기억의 조각으로 남았는지 정도이다. ' ART BLAKEY...?' 온통 검은 그의 앨범 사진을 보며 그의 이름 정도만 어렴풋 생각이 난다. 첫번째 트랙이 흐르고 두번째 트랙이 흐를 무렵 난 '아...!'라고 탄성을 자아냈다. 이 느낌이 었다. 나의 희미해진 기억속 조각은 어느날 몇시인지 조차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곳의 문을 열었을 때 바로 이런 느낌으로 날 사로잡은 것이 었다.
이태원의 올댓재즈 , 정확한 장소를 이야기 하는 것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일이지만 한번쯤 내가 언급해야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뭐 ART BLAKEY 와 그의 Jazz Messengers의 이 앨범에서 그 장소가 언급되는 것은 지독히 우연의 일치라 말하지만 우연의 꼬리를 물다보면 무엇이든 어떤 형태로든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 같은 것이 있을 지도 모른다.
저절로 눈을 감고 고개를 까딱까딱 하다가 드럼 솔로 부분에선 잠시 멈춰본다. 그래 내가 처음 올댓재즈에 앉아 맥주한잔을 시키고 좁은 의자에 기대어 순간 빠져 버린 그 시간이 자꾸 떠오른다. 혼자 찾은 그 장소 , 나의 계획은 완전히 엉망이 되어있었고 아무도 모르게 난 그 곳 문을 열었다. 씁씁한 나의 감정이 드러나기도 전에 현란한 드러머의 열정적인 드럼연주가 시작되었고 그것은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음을 나에게 말하는 듯 하였다. 도대체 그가 무슨 언어로 나에게 무엇을 전하려고 하는지 해석할 수 없지만 난 이미 그 울림에 아무런 해석도 필요 없음을 알 수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웃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무언의 소통을 하며 신이 난 듯 씁쓸한 감정 따위조차 훅 날려버릴 만큼 유쾌하게 웃었다.
ART BLAKEY and Jazz Messengers 의 Moanin'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그곳에 첫발을 내딘 나와 닮았고 Are you Real?은 나의 앞에서 보란듯이 유쾌한 웃음을 날리던 그들과 닮았다. 그래서 앨범을 감상하는 나의 눈앞에 그때의 기억 조각이 수면위로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