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문이 열리고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그때를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엉망이 되어버린 나의 일상에 대한 연장선으로 시작된다. 그 순간 있었던 일에 대해 어떤 것도 사실적으로 표현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에 대한 무엇도 증명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 순간이 사실이었는지 스스로의 착각의 연장이었는지 지금의 나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그 순간은 지나갔고 지하철 문이 닫혔으며 덩그러니 나만 홀로 남았다. 지하철 내부의 관점에서 보면 내가 남은 것이고 나가는 곳 입장에서 보면 내가 나오지 않은 것이 되니 자동문의 입장은 경계선이라는 중립적 대상이 되어 버린다. 지하철 문이 닫히고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그때가 자꾸 떠오른다. 그것이 스스로 만들어 낸 환상이었는지 혹은 그런 한 장면을 마음 한켠에 꿈꿔왔는지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채 하루에도 몇번 지하철 문이 열리고 어느 순간 지하철 문이 닫힌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열리는 지하철 문으로 시선이 향하고 잠시후 피식 헛 웃음을 짓는 나를 발견한다. 이젠 지하철마저 과거를 붙들려고 하는 것인지 지하철에 지난 기억을 묶어두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일정한 용량에 쓰여진 기억의 단편들은 시간을 더해 재설정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몇배가 커진 나의 메모리는 제한이 없는 듯 빠른 속도로 기록되어가고 있지만 그곳은 흑과 백 두 색상만이 존재할 뿐이다. 지난 시간을 흑백사진에 비유하게 된 것은 아마 기억하고 싶은 그 순간을 지금이순간도 미친듯 기록되어지는 무언가로부터 지키고 싶은 마음의 노력으로 시작된게 아닐까. 눈을 감고 꺼내보기에 두려울 만큼 떨리는 기억을 꾹꾹 눌러 담더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의 작은 배려는 화려한 색으로 채색되어 명확히 남기기 보다 흑과 백으로 그리고 남은 여운으로 채워져 재 설정할 기회를 주고 있다. 잠시나마 마음의 작은 배려에 그리고 기억에서 꺼내어 마음 속 꾹꾹 눌러 담은 어떤 잊지않아야 할 기억에 지금 이순간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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