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갔다.무심코 써내려간 '지나갔다'라는 표현이 '어라'맘에 든다.지금으로부터 몇백일 전에도 그날이 올까라고 의심했던 2009년 10월이 왔고 가평에 위치한 자라섬에서의 느낌들을 여운과 함께 남겨보도록 한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내 온몸으로 느낀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것은 스스로 뱉어내고 다시 바라보았을 때 적잖게 아쉬운 마음이 든다. 무언가 집중을 해보려 해도 쉽지 않은 일인 듯하다.어쩌면 서로가 느끼고 생각한 것이 어떤 특정 언어로 표현되었을 때 서로가 바라보는 동일한 언어는 이미 같은 종류의 것이 아님은 아닌가 라는 의심을 해보면서 시원한 가을 바람과 함께 다가온 재즈 속으로 흠뻑 빠져본다. 강렬하게 튕겨진 베이스의 진동이 아직도 심장을 울리는 듯 하다.그리고 조금이라도 순간을 담고 싶은 마음에 찍혀진 몇장의 사진들 ...현장의 느낌을 모두 살릴 수 없지만 남겨진 기록은 언제나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미친다는 것',광끼.뜨거운 열정 같은 단어가 어색할 만큼 현실에 익숙해져버린 한사람은 잠시 미치고 싶다는 또한번의 신호를 받는다. 그것은 주체할 수 있을 정도의 신호이며 이미 알 수 없는 튼튼한 끈이 그것을 단단히 동여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시 한번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스스로가 정해버린 룰 , 한손으로 그 끈을 잡고 룰밖으로 한발 내딛고 비닐 우비 사이로 느껴지는 젖은 흙더미 위에서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 잡힌다. 그렇게 자라섬에서의 재즈페스티벌이 지나갔다.

전날밤부터 주룩주룩 내린 비가 언제 내렸냐는 듯 다음날의 자라섬은 가을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몇장 남지 않은 사진이지만(사실 쉴세 없이 찍었다) 즉흥적으로 몇장 .점점 사진기 욕심이 생기는 순간이다. 그래도 핸드폰 사진에서 출세하여 디카라 불리우는 녀석으로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그런데 어째 카메라 기능이 매력이었던 핸드폰으로 찍었던 시절의 사진이 더 맘에 든다. 어마어마한 사진기를 소장하시는 분들은 살짝 웃어주겠지? 무튼 느즈막히 일어나 점심은 삼겹살을 굽는 센스를 보여준다. 아마 자라섬에서 가장 쾌청한 날씨는 모빌홈 안에서 삼겹살을 굽는 동안이 아니었나 싶다.


코끼리 열차 이름에서 예상 했지만 엄청 느린 속도로 이동한다. 이미 기다리기로 한 이상 이것을 타고 재즈 아일랜드로 향했다. 사실 첫 걸음은 걷기로 재즈아일랜드에 도착하였으나 무턱대고 차가운 바닥을 비닐우비로 견딜 생각 하나 그리고 모빌홈에 모셔 논 남은 와인이 자꾸 눈앞에서 잊혀지지 않는다.나는 삼십분 거리 정도 떨어진 숙소를 다녀오기로 결심했다.그것은 몇번의 결심이 필요한 일이 었다. 준비성보단 즉흥성이 앞서는 본인과 나름 본인 보단 뛰어난 준비성을 소유한 친구는 극한 야근으로 인해 준비성 마져 상실해버린 탓에 우여곡절 끝에 꾸역꾸역 도착하여 우왕좌왕 하기 바뻣지만 크리스피 도넛과 사랑하는 아사히 맥주를 현장 판매 한다는 사실은 어젯밤 빗속을 뚫고 장을 보며 투덜투덜 이곳을 찾아온 고생한 기억은 Delete 키로 삭제 되기 충분하다.

이스라엘 출신 피아니스트 야론 허만이 이끄는 '야론 허만 트리오(Yaron Herman Trio )'
사실 첫연주를 듣고 숙소로 향해서 다음 연주를 감상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검색질좀 해봤더니 "재기 넘치는 편곡과 트리오의 뛰어난 호흡을 바탕으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유럽 재즈 피아니스트계의 젊은 피 야론 허만(Yaron Herman), " 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소유한 그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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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포터 언더그라운드 (Chris Potter’s Underground ) 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매번 느끼지만 지금까지 관심을 가져온 뮤지션들 그리고 연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끝없는 시간을 찾아 헤매도 전부 알 수는 없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느끼는 순간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한 재즈클럽에서의 즉흥 연주에 반하여 그 환상적인 무대의 열기가 가시기도 전에 또다른 세상이 보인다. 느낀다. 알 수 없는 전율에 휩싸인다. 그리고 이곳까지 왔다. 크리스 포터는 (소개글의 표현을 빌리지면- 이시대를 검색질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얌전한 생김새와 달리 폭발할 듯 뜨거운 에너지를 가진 열정적인 연주자 전통과 진보를 모두 존중하는 뮤지션이라고 한다. 사실 크리스 포터와 네이트 스미스(Drums) 두분께는 조금 죄송하지만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가장 잘나온 사진이 이것뿐이었다. 너무 열정적인 무대의 장면이 인상파 화가의 작품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특히 익살꾸러기 드러머 네이트 스미스의 드러밍은 열정적인 무대를 더욱 각인 시켰다. 아 환상적이고 판타스틱한 밤이다.


이쯤 되니 몇시간 전에 걸어서 삼십분 이상 거리가 되는 모빌홈(숙소)에서 가져온 조금 더 설명을 보태자면 어제 한두잔 마셔논 상태의 와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 진다. 조금 더 개인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조용한 와인바에서 각잡고 마시는 와인도 나쁘진 않지만 이런 야외에서 돗자리 (지금은 1000원주고 산 노란 비닐우비) 위에서 일회용 컵으로 홀짝되는 것은 왠지 삶의 맛을 더 가미시킨 것처럼 혀끗으로 다가온다. 마치 먼나라 포도농장에서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이 오랜 숙성을 거쳐 나에게 오기까지의 시간이 느껴지기라도 하는듯 , '와인'이라는 것이 부의 상징으로 불리 우던 지난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집근처 대형 마트에서도 쉽게 와인을 구매 할 수 있게 되었다.사실 나와 공존하는 시대가 이런 시대인 것을 감사해야 할 지도 모른다. 때론 선입견을 가진 분들은 아직도 그 단어를 입에라도 올리면 경계의 시선으로 변할 때도 있고 상업적인 시선에서 보자면 달갑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 있는 것 같다. 그의 매력을 알기 전의 나 또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 한번 그 매력에 빠진 순간 또다른 세상이 또다른 이야기가 생기고 언제 어디에서나 함께이고 싶은 녀석이 되어 버렸다. 무튼 이런 저런 정보와 누군가 지껄이는 소리들을 모두 고려하지 않고 그것만 생각할 때 그것이 좋은가?그래 나는 좋다.그렇게 자라섬 작은 공간에 모인 각 국의 사람들은 소주도 좋고 맥주도 좋고 음료수도 좋고 생수도 좋을 것이다. 어젯밤 비로 젖은 땅 위에 돗자리며 간의 의자며 비닐 우비를 대충 깔고 앉아 가을 밤하늘과 어우러진 그곳에서 열정적인 연주자들의 무대와 무엇이 어울리지 않겠는가.

잠시 시간 관계상 다음 이야기는 Jarasum-JAZZ-Festival_2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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