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30일 토요일

추억의 단편

 

시간이 지난 흔적은 때론 아름답게 그려지기 마련이다. 현실을 다시 꺼내어 기억해보면 사실 아름다운 한편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처럼 미소짓는 일은 아닐테니 아마 시간은 묘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여인이 이땅에 태어나 반세기를 살아온 이야기.그것은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어서 무엇을 기록해야 할지 조차 의문 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누구나 일기를 쓰는 심정을 생각하면 일상이라는 것 자체가 모여 세상이 된다고 우겨보기도 한다. 사실 아무런 근거 없이 우기는 건 아니라고 본다. 다시 한번 한 여인이 이땅에 태어나 반세기를 살아온 이야기는 어린 시절 내 기억의 일부로 시작된다.그리고 그 기억의 일부를 여기에 남기는 일 또한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은 아닐 꺼라는 작은 마음 또한 담아본다.사실 세상엔 많은 어머니들이 존재한다.모두들 어머니란 존재에 대해서는 '좋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가지만 모두 그런 것 많은 아니다.자식을 버린 어머니도 있고 나쁜 짓을 한 어머니도 있으며 때론 책임 질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간 어머니도 있기 마련이니깐.하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위대하고 역사를 창조 할 수 있는 존재란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한 여인은 김씨 집안 막내딸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혼인을 치룬다. 그당시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오빠들 사이에 이쁨만 받고 자라서인지 곱디고운 신부가 되어 한 집안의 며느리가 된 그녀는 아마 무척 사랑스러운 신부 였다.그런 그녀에게 남편의 죽음은 현실로 다가왔고 세상은 그녀편이 아니었다. 어린나이에 아들 다섯을 둔 그녀 이제 의지해야 할 곳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던 아들들 뿐이었다. 담배를 물고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고 그녀는 기억했다. 개성이 강했던 아들들은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그녀는 해결사가 되야 했고 매번 학교로 동네로 불려다니는게 일이었다.하루는 그 퍽퍽한 심정을 어찌 할바를 몰라 그릇지게를 메고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생각해보면 이것은 아름다운 추억이 절대 아니었다. 지독한 추억이었지만 그녀는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었다.그것은 시간이라는 묘한 힘이 아니겠는가라고 나는 생각한다.그녀는 억척스런 어머니었다. 고집세고 잔소리가 하도 심하여 자식이건 며느리건 손자손녀건 고개를 내두를 정도였으니깐 아마 대단히 보통이 아닌 양반이라는 것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손녀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신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여성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 말씀하시곤 했고 배움에 대해 강조하시곤 했다. 어느날 튀김기계를 사오셔서 손주들에게 고구마 튀김과 닭튀김을 해주기도 했다. 튀김기계를 사는 할머니를 상상할 수 있는 기억은 신선한 기억이 아닐 수 없다. 아침부터 곱게 입술을 그리시며 나가는 할머니에게 손녀는 무슨 할머니가 그렀게 단장을 하고 나가냐고 농담하면 헤헤 웃으시며 부끄러워 하시는 그녀는 그때만큼은 어떤 젊은 여성보다 여성스러웠다.  그러면서 가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추억하실때면 열아홉 소녀의 얼굴이 아닐 수 없다.이쁨을 많이 받고 살아서인지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사랑받고 살았다는 말이 우선적으로 나오시는 것이었다.아마 그 추억을 벗삼아 이길을 걸어오신 것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그리고 그녀의 아들이 떠난다. 말도 많고 사건도 많은 아들은 어머니보다 먼저 눈을 감는다.사실 그 이야기에 대해선 어떠 한 말도 하기 두렵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하는 편이 좋겠다. 지금은 그 아들의 이야기 보다는 반세기를 살아온 그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돌리지 않기로 한다. 그때부터였을까 그녀는 점점 아프기 시작한다. 그리고 삼년이 지날 즈음 눈을 감는다.아마 내 기억의할머니를 기억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었다. 그녀는 나의 청소년 시절을 함께 해주었고 나의 도시락을 싸주셨고 때론 친 할머니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대할 때도 있었고 때론 밤새 수다를 떨 수 있었던 친구로 십년을 함께 살아왔다. 이런 곳에 내 서랍 깊은 곳의 이야기를 하는 것 또한 매력이 있는 일인 것같다. 혼자 일기장에 쓰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 이곳에 들렀을 때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라고 기억해 준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생각하니 이렀게 끄적 될 수 있는 용기도 생긴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지극히 일상적인 소소한 이야기들을 남겨보는 것은 어쩌면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나의 작은 선물로 그녀가 느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아마도 남은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마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살아 생전에 잘하지 못함을 안타까워 하고 잘했건 잘못했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인 듯 하다.그렀게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어쩌면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일지도 모르지만 살아가는 사람은 그렀게 마음에 한편의 조각을 남긴채 걸어가야 하는 것이 또한 삶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인 나는 그리 하루하루 그들이 지나온 이 길에서 세상을 배워나가고 있다. 사실 썩 좋은 기억들만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닌 지난 추억들을 아름답게 미화시키고픈 이기적인 욕심 앞에 부끄러워 지며 지금쯤은 지독하게 그리워 했던 당신 사랑 곁에서 편히 쉬고 계시길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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